2012년 1월 30일 월요일

깃스난 내 휴식

어느 화창한 토요일 정오쯤 이었다.
그전날 밤에 모처럼 친한 벗들과 함께 아주 오랜만에 만나 술자리를 늦게 까지 한탓인지, 30대 중반의 내 몸은 예전처럼 과음에서 빨리빨리 회복되진 않았다.  그 사실과 더불어, 따뜻하고 아름다운 아침이 마치 그런 나를 조롱하는듯해서 마음이 약간 우울해 있었다.  그래도 토요일이니깐 집에서 맘껏 뒹굴고 쉬기로 한 나는, 다시 행복한 기운을 만끽하려, 과자 한봉지와 TV 리모콘을 쥐어잡고 살포시 소파위에 옆으로 누었다.  예능프로를 하나 키고 과자봉지를 열 찰라, 초인종이 울렸다.  올사람도 없는데 웬일이지?  걸스카웃 쿠키 아니면 케이블 달라고 온 세일즈렙이겠거니 생각하며 문을 열었을때, 아차 했다.  그리고 이미 늦었다.  여호와의 증인이었다.  그것도 한국인들.  분명 이민 1세 아줌마들 이었다.  친절한 미소로 자기 소개를 하는데, 불쾌감이 확 솟구쳤다.  이유는 크게 3 가지이다.  첫번째, 아줌마들이 못생겼고 몸매도 구렸다는것.  (ㅋㅋㅋ 물론 농담).  두번째는 내 행복의 시간이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에게 방해받았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그들과 내가 한국사람이고 내가 그 주소에서 거주한다는 걸 알아낸 사실이었다.  10대 후반의 나였다면, '퍽킹쉣' 하고 한국말을 모르는 2세 연기를 하며 문을 닫았을것이고, 20대 였다면, 나열한 세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들며, 그들의 무례를 나무랬을것이다.  그런데 그때 지금의 나는, 빨리 대충 호응해 주고 보내야 겠다는 생각만 머리속에서 맴돌았었다. 
학창시절의 조건없던 사회생활에선 친구들끼리 가끔 그런일이 있었지만 그닥 개의치 않았드랬다.  그러나, 가족이 있고, 또 주말에 취미생활, 가족생활, 여가생활등과 더불어 휴식이 필요한 일만하는 사회구성원이 된 후엔, 예고없이 불쑥불쑥 나타나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 할머니께서 왜 그리도 '저런 쌍넘의 집구석, 쌍넘의 집구석' 혀를 차셨는지 느끼고 있다.  그건 양반과 상놈을 나누는 계급사회를 갈망하는 외침이 아닌, 기본적인 예의를 가르치지 못한 그사람의 부모에대한 비난이었다.  증거로는 그녀에게 욕먹은 사람중에 바로 본인의 먼 친인척도 있었다는것.  그래서 울가족들은 항상 먼저 통보하고 손님을 모셔오거나 방문한다.  재밌는 예로, 울 어머니는 당신의 작업 스케쥴상 늦잠아닌 늦잠을 자야 하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고 없이 찾아온 40년지기 친구를, 아파트 정문앞 인퍼폰에서 욕드립과 더불어 집으로 리턴하는 수모를 겪게 하셨다.  사실 너무하셨다 생각했지만, 40년지기 친구분도 그 사실에 대해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하셨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아마, 그래서 40년지기시겠지만.  사는게 다 다른지라, 이것이 가정교육의 기본중 하나다라고는 얘기 못하겠지만, 남에게 불편을 줄수 있다라는 것에대한 이견은 없을터.  그럼 그때 내 집앞에 있던 증인들은, 여주인 혼자있는 집에 예고없이 신방이랍시고 들어와 원래 예수님도 불청객이셨다고 주접싸는 목사도, 시주받으러 목탁과 함께 시끄럽게 불경 외는 땡중도, 표하나 더 받겠다고 영업집에 시장바닥에 장사도 못하게 길 막고 악수질하는 정치인들, 정말 울 할머니의 욕을 먹고 장수하시길.
건성건성 대답하고 있다보니 아줌마들 벌써 마무리 하시며 다음에 또 들르신다고.  네 또 대답하고, 따뜻하게 수고하세요 말 건네며, 문을 닫았다.  물론 그 무서운 그림들이 그려진 팜플렛 몇개를 받은후에.  나중에 또 오시면 무얼 해드리지?  애들이 볼까 무서워 일단 팜플렛은 찢어 발기고 버린후, 난 다시 소파로 리턴, 예능프로, 아, 젠장 뭐 보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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